나는 행복한 지휘자입니다.(3)

2008. 12. 6. 22:09칼럼

 

 

“나 제갈소망은 하나님 앞에서 프로(Professional)입니다.”

 

2007년 송구영신 예배를 앞두고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프로임을 선언했다.

장로님과 권사님부터 청년들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물론 우리 모두가 성악이나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즉 세상이 말하는 프로는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찬양하는 직분을 맡은 자로 더욱 더 헌신하며 노력하겠다는 거룩한 부담감을 안겠다는 것이었다.

연습 시간에 수십 명의 단원들 앞에서 오른손을 들고 큰소리로 다짐을 한다는 것이

자칫, 우스울 수도 있었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엄숙했고, 모두의 눈빛에서 찬양 대원으로서 앞으로의 결단과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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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영신예배 때 드려질 찬양.. AGAIN 1907!! 2007년 표어와 맞는 찬양을 찾다보니 김기경 씨가 작곡한 “주님 나라 이루게 하소서”가 생각이 났다. 길기도 하고 고음이 많아 상당히 어렵고 힘든 곡이다.

그렇지만 2007년 첫 찬양으로 표어와 너무 잘 맞았고, 내가 정식으로 할렐루야 찬양대 지휘자로 데뷔하는 곡이라 욕심을 내어 대곡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 주일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어떻게 연습시킬지.. 대원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교회로 향했다.

시작부터 기대는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연습시작 시간이 되었지만 자리에는 열명 남짓한 소수 밖에 없었다. 20분이 지나서야 자리가 어느 정도 채워져 갔고, 연습을 하고 또 해도 내가 상상했던 사운드가 나오지 않았다. 고음이 많고 5분을 넘기는 긴 곡이기에 다들 힘들어했다.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뭐 제갈소망이 지휘한다더니 별거 없네.’ 라고 성도들이 실망하면 어떡하지.. 끝내주게 잘해서 성도들에게 칭찬 받아야 하는데, 이래서야 어떡하지..

서울대 찬양선교단 애들은 잘 따라와줬는데.. 많은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괜히 단원들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언성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갔다.

제갈소망이라는 지휘자의 이미지를 좋게 보이려는 욕심에 필사적으로 찬양대원들을

꾸짖고 고되게 했다. 그렇게 힘든 연습이 계속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내 욕심과 위선으로 가득 찬 찬양을 더 이상 듣기 싫으셨나보다. 

대원들이 잠시 쉬기를 원했다.

나도 쓸데없는 열정으로 땀이 흘렀고 목이 말랐다.

 

쉬는 시간, 목을 축이며 땀을 닦으며 쉬고 있었는데, 한 청년이 왔다.

“지휘자님, 제가 도움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노래에는 소질이 없어서.. 음은 안 올라가지만, 그래서 입만 벌리고 있지만 가사는 열심히 묵상하고 있어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쓰여진 가사처럼 저도 요셉처럼 세상을 뒤흔들 사람으로 쓰여질 것을 생각하니 너무 감격스럽고 기대가 되네요.”

순간 너무 부끄러웠다.

그렇게 단원들에게 프로가 되라고 말해 놓고서는 정작 나 자신은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대원들을 괜히 원망하며 설정해 놓은 음악적 수준에 미치지 않는 데에 대해 스트레스 받고 실망하며 혼자 무너져 버린 것이다.

 

찬양은 세상 노래와 달라야 하는데, 찬양대는 합창단과 달라야 하는데.. 잘 알고 있던 것이지만 잠시 방심한 사이에 마치 세상노래를 부르는 합창단의 지휘자가 관중들의 평을 의식하듯이.. 하나님 앞에서 프로라고 다짐했던 지휘자는 온데간데 없고, 욕심과 교만으로 가득 찬 지휘자로 대원들 앞에 서있었던 것이다.

가사를 보았다.

“주님 나라 이루게 하소서.. 주여 우릴 불러 주소서.. 이 땅 위에 세워주소서..

들으소서 최후 승리의 함성.. 주님 나라 이 땅위에 영원토록 이루게 하소서..

주님 우리를 이 땅위에 보내셨으니 열방 중에 주의 빛 비추게 하소서..

주님 우리에게 이 땅을 맡기셨으니 온 세상 끝까지 주 복음 전하게 하소서..

우리에게 요셉의 비젼을 허락하소서 이 땅 위에 요셉처럼 쓰여지게 하소서..

이 꿈과 믿음 위에 우리 이제 모두 일어나 주님 나라 이루게 하소서..”

 

어느 청년의 말처럼 요셉은 세상을 뒤흔들 꿈을 꾸었고, 그 비전대로 하나님은 그를 사용하셨다. 요셉은 하나님 앞에서 겸손했고, 자신의 욕심을 내세우지 않았고,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그런 요셉을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나라를 이루게 하는 도구로 사용하신 것이다. 그렇게, 하나님께서는 어느 집사님을 통해 내게 한수 알려주셨다. “하나님 앞에서의 프로”는 바로 요셉과 같아야 한다는 것을..

 

“여러분, 우리 가사를 묵상하고 은혜로 찬양합시다.”

마지막 연습은 내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대로 진행 되었다. 나를 비롯한 대원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부족한 음정 연습이 아니라, 가사를 묵상하면서 진정으로, 자유롭게 찬양하는 것이었다.

 

예배가 시작되었다. 모든 성도들이 AGAIN 1907!!을 꿈꾸며 한해를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시작했다.

새해 첫 할렐루야 찬양대의 찬양이 시작되었다.

솔리스트들이 나오고 전주가 힘차게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은혜로웠다.

모두들 영으로 찬양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물론 음정이 불안하고 고음에서 모두들 힘들어 했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샘플만 써봐도 알아요.” 모 화장품 광고처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모두들 요셉처럼.. 하나님을 찬양하는 귀한 예배자로 쓰임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부족한 지휘자에게 하나님을 찬양함에 있어 프로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 했다. 

그렇게 하나님 앞에서 초전박살 남으로 할렐루야 찬양대 정식 지휘자로서의 데뷔 찬양은 드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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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찬양대는 프로여야 한다.

하지만, 세상이 추구하는 프로와는 다른 것 같다.

하나님께서 기준 삼으시는 잣대로 프로가 되어야 한다.

얼마나 진정으로 찬양하고 있는가.. 그 찬양 속에 진정으로 하나님을 높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가.. 가사를 충분히 묵상하여 100퍼센트 진실된 고백으로 드려지고 있는가.. 그 진실한 고백으로 내가 먼저 은혜를 받고 성도들에게 은혜를 끼치며 상처 받은 영혼에게 위로함으로 다가갈 수 있는가를 늘 염두에 두며 노력해야 한다. 

물론 세상의 프로와 같이 책임감과 성실함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찬양대는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과 더불어 찬양을 담당하는 예배 인도자이다. 

감사하게도 예배 중 대표 기도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도가 바로 찬양대를

위한 기도, 드려질 찬양을 위한 기도임을 기억하자.

한사람 한사람이 더 많이 쓰임 받기 위해, 또 섬기기 위해 늘 준비되어져 있어야 한다. 요셉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의 욕심과 교만함을 버리고,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처해진 모든 상황에서 겸손하게 찬양하고 순종하자.

 

레위 지파가 하나님께 드려지는 제사와 찬양을 담당하는 지파로 구별되어 졌던 것처럼, 우리도 찬양대라는 이름으로 구별되어 세워졌다.

구별된다는 것은 책임감이 주어지는 부담인 동시에 축복임을 안다.

할렐루야 찬양대 이 자리는 정말 축복의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만 누릴 수 있는 복이 있다. 

모두가 다 뛰어난 목소리를 가지지는 않았고, 부족함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런 우리 할렐루야 찬양대를 그리고 부족한 나를 귀하게 사용하시리라 믿는다.

하늘 보좌를 흔들고 성도들을 위로하는 귀한 찬양이 울려퍼지는 그 중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하나님.. 당신 앞에 프로인 저와 우리 모두를 통해..

 당신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2008, 04, 15 제갈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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