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2008. 12. 10. 23:40칼럼

오후 6시, 매장에 올 손님이 끊어지는 시간이라 걸어서 대백 프라자로 와이샤스를 사러

갔다.

반소매 와이샤스가 여럿 있지만 몸이 이는 바람에 작아져서 입을 게 없다.


전망 엘러베이트를 타고 7층 생활용품관으로 올라갔더니 세일기간인데도 매장이 훌빈하여

가전제품을 사러 온 손님보다 판매사원들 숫자가 더 많은 것 같았다.

7층 매장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만나서 상황을 간단히 묻고는 다시 4 층으로 내려갔다.


와이샤스 매장을 둘러보니 와이샤스 한 장 가격이 작년보다 올라서 세일을 해도 5만 5천원~

7천원 씩 했다.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생각하며 이쪽 저쪽을 돌아보며 살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망설이며 사지 못하고 돌아보다가 에스컬레이트 앞에서 싸게 팔고 있는 2만5천원짜리

기획상품 와이샤스 두장과 , 2만 2천원짜리 넥타이 2개를 샀다.


지하1층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대머리 빵1개와 내가 좋아하는 팥 앙꼬 빵 5개를 사서

매장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와이샤스 2장과 넥타이를 담은 백화점 종이 봉투속을 들여다보고는 째려보며

" 당신으~~ㄴ...." 하며 못 마땅해 했다.

" 한 개만 사지 돈 없는데 와이샤스는 두개나 ?..."

" 이거 비싼 거 아이다...." 대꾸를 했다.


"넥타이도 샀어요? 집에 많던데..."

불만에 가득 찬 소리로 아내가 넥타이 산 것에 관해서 또 잔소리를 했다.

" 집에 있는 거 맬만한 거 없어..." 했더니

" 다 갖다 내 버려야 되겠네...." 아내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넥타이는 4만 ~ 5만원이 보통이다.

계단앞에서 파는 것이기에 2만 2천원이다.

비싼 와이샤스 산 셈치고 큰 맘 먹고 넥타이를 샀던건데....


지금까지 내가 산 대부분의 넥타이는 길거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5 천원 짜리였다.

2만 2천원짜리 거금을 주고 넥타이를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살 총각 때부터 지금까지 모아 온 넥타이가 약 30 개정도 되지만 고급제품은

몇 개 없다.


그 중 고급 제품 몇 개는 대부분 선물로 받은 것이다.

언젠가 성 권사님 오빠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마치고 오면서 버리기 아깝다며 넥타이

갖고 왔을 때 얻은 것 5개와  유럽 여행 갔을 때 기념으로 산 것이 두 개 , 어느 땐가 내 생일이었을 때 성권사님이 내게 선물한 회색 넥타이, 부산으로 이사 간 조인숙 집사님이 내게 선물한 것, 청색 바탕에 노란 사각무늬가 박혀 있는 것인데 아마 내가 매고 있는 것 중 가장 고급 넥타이 일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좀 괜찮은 이 넥타이들은 전부 소재가 두꺼운 것들이라 여름철이면 나는 더욱 넥타

이 기근에 시달려 왔었다.


넥타이는 유행을 타긴 하지만 평생을 맬 수 있는 남자의 악세사리 제품이다.

폭이 넓었다가 좁아졌다 유행을 타기도 하지만 넥타이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그 사람의

개성의 일면을 읽어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것이기도 하다.


늘 정장을 선호하는 나는 아침이면 적당한 넥타이를 고르느라 한 참을 넥타이를 뒤적인다.

좀 괜찮은 넥타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달 내가 쓰는 돈은 10 만원이 되지 않는다.

그 돈으로 주정헌금 내고 구역헌금 낸다.

십일조와 감사헌금, 절기감사헌금 등은 아내가 계산해서 낸다.


돈을 가치 있게 쓰기 위해 절약할 곳은 절약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데

아내는 내게 더 절약하라고 요구를 하는 것이다.


속이 상한 하루였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참자는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2001, 07, 06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아들아  (0) 2008.12.14
너그들 찬양 내 안 받을란다  (0) 2008.12.14
나는 행복한 지휘자입니다.(3)  (0) 2008.12.06
나는 행복한 지휘자입니다. (2)  (0) 2008.12.06
나는 행복한 지휘자입니다. (1)  (0) 200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