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큰 아들 드림

2008. 12. 14. 22:48믿음이, 영아

엄마.

이곳 베툴에 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었어요.
이제 이곳 병원 스텝들과도 친해졌어요.
제가 있는 게스트 하우스 양 옆으로 두명의 의사가 사는데 두명 모두 지금 제가 실습하고 있는 외과팀의 외과의사예요.

한명은 라지브고 한명은 아시시예요.
라지브가 좀더 높은 의사인데 여기에서는 외과의사가 모든 수술을 다 할 줄 알아요.
얼굴에 있는 암제거수술을 하는가하면 제왕절개술도 하고 갑상선 수술도 하고 턱 수술도 하고 신장수술도 하고...
하여튼 외과 의사가 별의별 수술을 다해요.
매일 이들 외과 의사하고 함께 회진하고 수술하는 것도 보고 하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이들이 하는 수술에 직접 어시스트를 설 수 있었어요.
어린 아이의 언청이 수술이었는데 책으로는 배웠었지만 한국에서 직접 보지 못한 수술이라서 흥미롭게 참여했어요.
나는 수술하면서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데
영어로 질문해야해서 그게 좀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해요.
영어로 해야하니깐 처음에는 아무래도 머뭇거리는데 내가 음... 하고 소리를 내면 라지브가 먼저 알아채고 뭐가 궁금하냐고 물어요.
다들 친절하고 잘 대해주는데... 이곳에 온 한국인은 내가 처음이래요.
그래서 더 친근하게 대해주는 것 같아요.

어제는 병실에서 신장에 돌이 생겨서 수술을 받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의 챠트를 보고 공부 하고 직접 만나서 물어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함께 이야기하다가 헤어질때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를 해주었는데 내가 믿는 하나님께 당신을 위해서 기도해주겠다고 했는데 좋다고 하더라구요.
여기 인도 사람들은 80%가 힌두교를 믿는데 한 사람이 여러신을 믿어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서 기도해주는 것에 대해서 아주 좋아해요.

게스트 하우스 아래쪽으로 좀 내려가면 교회가 있는데 그 교회옆에 사는 비키라는 17살짜리를 만났어요.
하도 자기집에 오라 그래서 어제 밤에 갔었는데
집은 좁고 어두웠지만 이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몰라요.
그리고 궁금한게 많아서 잠시도 쉴새없이 질문을 하고 그래요.
그 비키라는 놈은 의사가 되려고 열심히 학교에서 기초과학을 공부하고 있다는데
곧 있으면 학교에서 암 세미나가 있다고 그러더니 암에 대한 기초지식을 좀 가르쳐 달라고 해서
안되는 영어로 그림 그려가면서 설명도 해주었어요. ^^;
오는 주일에 우리가 여기의 도회지 구경하러 갈거라고 하니까 자기가 가이드 해주겠다면서 그래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약속도 잡았어요.

여기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99 %가 기독교인이에요.
80%가 힌두교, 15&가 이슬람교인 인도에서는 정말 특별한 곳이예요.
매일 아침마다 병원 복도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인도말로 드리는 예배지만 그래도 마음 푸근하고 좋아요.
마침 여기 병원과 교회를 후원하는 스웨덴 선교단체의 사람들이 방문을 했는데 같이 지내면서 친해졌어요.
그 사람들하고 같이 병원 주변을 돌아봤는데 예전에 이 곳에 선교사로 활동했던 외국인 선교사들의 무덤이 있는 곳에 갔었어요.
처음 보는 선교사 무덤이었는데 그런 무덤들이 수십개가 있는 그런 공동묘지였어요.
거기서 함께 찬양도 하고 그옆에 있는 맹인 학교에도 가보고 한 인도인의 집에도 방문했었어요.
사실 영우랑 내가 그 사람들의 일정에 끼여서 같이 간 거였는데 마침 한국말로 된 찬양을 듣고 싶다고 그래서 영우랑 같이 축복송을 부르기도 했어요.
그 때 부른 노래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 스웨덴 사람들이 그날 저녁 먹은 후에도 또 다시 한국말 찬양을 불러달라고 막 졸라서 '하나님이시여'를 영우랑 2중창해서 불렀어요.

엄마.

매일 아침저녁으로 엄마가 기도하시던게 생각나요.
지금도 저를 위해서 기도하고 계실 것 같아요.
엄마 기도 덕분에 저 잘지내고 있으니까 하나도 걱정하지 마세요.

지난 번 델리에 있을 때 3500원 주고 산 싸구려 시계가 있는데 역시 싸구려라서 그런지 오늘 시계줄이 끊어졌어요.
그것 말고는 다른 것 전부 부족한 것 없이 잘 살고 있어요.
여기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할머니가 음식을 맛있게 잘 해주어서 음식도 제때 잘 먹고 있고
이리저리 영어로 이야기하니까 영어도 느는 것 같고
한번씩 집 생각 교회 생각이 나서 좀 힘들기도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에요.
사실 처음 인도에 왔을 때 한 이틀간 밤마다 악몽을 꾸어서 참 고생했는데 지금은 잠도 잘자요.
한국에 연락을 자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여기는 국제전화도 안되고 인터넷도 안되고 완전 고립된 곳이에요.
그래도 하나님 은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이렇게 메일을 보내요.

언제나 건강하세요.

아빠, 엄마, 할머니 모두 보고싶어요.

2003. 2. 19. 인도에서 큰 아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