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안 부럽네요

2014. 1. 20. 20:48칼럼

 

11/10 딸아이 안 부럽네요. 0
며칠 전부터 믿음이가 올해 아내와 어머니 생일 파티를 한꺼번에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 아직 생일도 안 되었는데 그러느냐..."고 했더니
" 아빠 , 좀 더 있으면 소망이가 실기시험을 봐야하기 때문에 내려올 수 없어요..."
하며 지금 해야 된다는 이유를 대고 있었습니다.

소망이가 내려온다는 말에 아내는 소망이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 봤다고 합니다.
둘째는 바빠서 못 내려온다는 대답을 하더라고 했습니다.

" 엄마, 알지 저녁에..."
오늘아침 출근할 때 믿음이는 한번 더 저녁에 생일파티 하는 거 잊지 말라고 다짐을 하곤
먼저 집을 나섰습니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선걸음에 믿음이를 따라 범어네거리에 있는 T.G.I 에 갔던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예약해 놓았다던 테이블을 찾아 가보니 늘씬한 키에 멋있게 생긴 소망이가 그 곳에 있었습니다.
정말, 잘 생기고 멋진 청년이 검정 양복을 입고 일어서서 우리를 맞고 있었습니다.

소망이 철도회원 번호를 알고 있기에 철도회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해보고
내려오는 기차가 예매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깜빡 속았던 것입니다.

우리를 놀라게 해 준 아이들의 작전에, 생각지도 않았던 소망이를 만나는 반가움에 아내와 나는 놀라워했고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들뜨고 있었습니다.

소망이가 서울서 갖고 온 선물을 받아든 아내와 어머니는 싱글벙글 입이 벌어졌습니다.
소망이 혼자 골라 사온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고급스런 가방은 어림잡아도 20-30 만원
이상 할 것 같은 가방이었습니다.
내가 여태껏 사주었던 그 어떤 선물보다 단일 선물로는 최고로 비싼 선물을 받아든 아내는 연신 가방을 어깨에 걸쳐 보곤 좋아했습니다.
" 얘 소망아 이거 너무 마음에 든다 얘..."

어머니는 화장품 한 셋트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할머니 더 늙지 마시고 이걸로 곱게 하세요" 하며 화장품을 꺼내 건네주는 손자를
어머니는 "내껀 말라꼬 사노.." 하시며 화장품을 받아들고 한참을 만져보고 있었습니다.

요란한 복장을 한 T.G.I 직원들이 둘러서서 고깔모자를 쓴 어머니와 아내를 향하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우린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딸아이를 키워보고 싶다던 아내...
아기자기한 맛을 보고싶어하는 아내에게, 고생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은 오늘 저녁 정말 큰 기쁨을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낮, 아내는 서울로 올라가기전에 소망이가 했다는 말을 내게 들려주었습니다.
" 엄마, 이거 아빠한테는 얼마 주었다는 이야기하지 마세요.
엄마가 아빠하고 같이 뭐 사러 다닐 때 아빠 때문에 비싼 거 못사고 헐은거만 사는게 마음에 걸려서 좋은 거 산거야..."

아내가 눈에 눈물을 담고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소망이가 생각하는 게 어른 같애..."

믿음이는 늘 같이 있어서 마음 든든하고 교회일과 학업에 충실하게 제 앞가림을 해주어서 더없이 고맙고 소망이는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제 엄마 생각을 잊지 않는 것 같아서 흐뭇한 마음으로 "딸아이 안 부럽제?..." 라고 말해 주었지요.

2002. 11.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