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둔 고3 들에게

2021. 3. 13. 23:17구, 홈페이지 자료

8월 29일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TBC 음악 콩쿠르 본선이 있었다.

예선에서 합격한 5명이 겨룬 이날 본선에는 소망이를 비롯해서 서울예고 여학생 2명과 경북예고 여학생 1명 또 다른 여학생 1명이 겨루게 되었다.

오전 9시 30분 나와 소망이는 북구문화예술회관에 도착했고 추첨을 통해 소망이는 두 번째로 나가게 되었다.
첫 번째 여학생은 소망이랑 같은 반 여학생이었고 세 번째는 서울예고 1학년 여학생이었다. 네 번째는 경북예고 여학생 다섯 번째는 또 다른 한 여학생이 하게 되었다.

본선에 들어가기 전 추첨순서에 따라 한 번씩 연습을 하였는데 세 번째 여학생은 연습을 한 번 더 하도록 소망이가 배려를 해서 소망이 차례에 연습을 하고 자기 차례에 또 한 번 연습을 하게 되었다.
그 여학생은 잘 안 되는지 한 부분에 가서 되풀이 연습을 하였으며 또 다른 데서 실수를 하는 것을 보았다.
곡 다듬기가 완성되지 못한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망이도 그 여학생은 의식하지 않는 눈치였다.

드디어 고등부 차례가 되어 첫 번 학생에 이어 소망이는 두 번째로 나가서 침착하게 실수 없이 잘 쳤다.( 나중에 소망이가 내게 음을 2개 빠트렸다고 했다.)
세 번 째 여학생은 소망이와 같은 곡 브람스를 쳤는데 당장 소망이와 비교가 되니까 소망이 보다 못 친다는 것을 나도 알 수 있었다.

본선이 끝나고 중등부 결과와 고등부 결과를 같이 발표하게 되어있어서 우리는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빼내 먹으며

약 30분을 밖에서 기다렸다.

이윽고 심사결과 발표문이 현관에 내 걸리는 순간 나는 너무나 예상 밖의 결과를 보고 몹시 놀랐다.
1등은 세 번째 여학생이 되고 2등은 첫 번째로 친 여학생이 되었고 소망이는 3등이 되었다.
아! 이럴 수가....
피아노를 치고 나와서 얼굴을 찡그리며 "건반을 닦지를 않아서 미끄러지고 엉망이었어... " 하며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 곁에 와서 울상으로 핑게와 엄살을 떨던 그 학생이 1등이라니....

주변에 둘러섰던 학부모들과 학생들 중에서 그 1등을 한 학생에게 "축하한다!" 라는 인사를 하는 소리가 있었으나 나는 그런 소리를 정확하게 듣지도 못할 만큼 정신이 없었다.
소망이가 "축하한다." 하고 그 여학생에게 인사를 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축하한다 라는 인사를 엉겹결에 내뱉고는 소망이와 그곳을 빠져 나왔다.

이것이 예능의 어려움인가, 나는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떨 수밖에 없었다.

주차장 쪽으로 가면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보다 훨씬 많이 틀렸는데 아빠 이상해요."하고 소망이가 한마디 했다.
대구로 돌아오면서 나는 심사 결과에 대한 불신감으로 불쾌했고,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다른 곡을 쳐서 소망이 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면 나도 몰랐겠지만, 소망이가 쳤던 같은 곡을 쳐서 나도 분간할 수가 있었는데....
소망이가 연습할 때 옆에서 많이 들어 본 나로서는 그 여학생이 1등을 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차 속에서 소망이는 휴대폰으로 서울에 있는 이 선생님(레슨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3 등 했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이 선생님은 이번 콩쿨에서 소망이가 큰 실수가 없으면 1등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면서 "자, 이제 우리 협연곡이나 연습할 생각을 하자." 라고 말씀 하시더라며 소망이가 내게 말한바 있다.

(1등을 하면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게 되어있다)
소망이는 처음부터 TBC 콩쿨을 나가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내가 이 협연 때문에 나가라고 권유했었다.

소망이를 집에 내려주고 사무실로 갔다.

자초지종을 듣던 아내는 "어서 유학이나 보냅시다"라고 했다.

그 말은 부조리가 없는 세상으로 보내자는 뜻이었다.

그러고는 금방 "우리는 하나님의 방법대로 나가는 거지 뭐.... 하나님밖에는 믿을 데가 없으니..." 하고 중얼거렸다.

아내는 집에 있는 소망이에게 전화를 해서 " 얘, 소망아 너 유학이나 빨리 갔으면 좋겠다..." 라고 했다.

소망이는 "엄마는 그까짓 것 가지고 그래요, TBC 콩쿨은 알아주지도 않는 시시한 건데 ...."라고 말한다고 아내가 내게

말했다.
속이 상하면서도 괜찮은 척하는 녀석이 대견스러웠다.
나의 마음은 뒷바라지를 더 잘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으로 오늘따라 무거웠다.

소망이가 언젠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예고에 다니는 대부분의 예능계 학생들은 서울의 이름 있는 선생들에게 소위 '뺑뺑이'를 돈다고 한다.
한 선생 밑에서 레슨을 받지 않고 이 선생 저 선생을 부모들과 찾아다니며 비싼 레슨비를 주고 레슨을 받으며, 눈도장을 찍어 둔다는 뜻이다.

예능계는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심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 눈 도장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번 콩쿨이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이 말이 생각이 나서 오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직 연습과 실력만으로 자신의 길을 밟아 나가야 하는 소망이 생각을 하니 측은한 마음도 들고....

저녁 6시 기차로 소망이가 서울로 올라갔다.
나는 "소망아 아빠가 볼 때 내용으로는 네가 1등을 하였는데 심사는 3등이 나왔구나 낙심하지 마라.

올라가서 열심히 해라." 하고 격려해 주었다.

이 글은 무엇을 고발하거나 비방할 목적으로 쓰는 글이 아니다.

소망이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이제 얼마 있지 않아서 수능시험을 치르게 될 고 3 여러분의 분발을 촉구하려 한다.

비록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예능계 학생들이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게 됨으로써 일반계 고3 여러분이 하는 공부가 예능계 보다 얼마나 편한가 하는 점을 깨닫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를 통해서 예능계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서 채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주관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자칫 잘못 생각하면 연습할 의욕조차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연습 시간은 보통 하루 5-7 시간씩 연습해야만 뒤처지지 않는다.

각종 대회나 콩쿨에 나가면서 결강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또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밤잠을 자지 않고 공부도 해야 한다.
피아노든 바이올린이든 미술이나 무용이라도 그렇게 연습하지 않고서는 대열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노력이 심사위원들의 마음 먹기에 따라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인데도 대다수 예능계 학생들은

쉴 틈 없이 연습과 공부를 하고 있다.

그에 비해 여러분들은 노력한 만큼 성적이 올라가는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은가.
수능시험을 치르게 될 수많은 고 3 생들은 똑같은 조건에서 공평하게 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이 시험은 3년 전(더 오래 전)부터 예고된 시험이다.
이 시험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채점이 될 것이다.
각자가 얼마나 시험에 대비해 왔는가 그렇지 않았는가에 따라서 점수 차이가 날 것이다.
물론 출제 경향이 자기가 공부한 쪽으로 나느냐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서 약간의 득을
보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지만......

아무튼 이제 시험 날은 코앞에 다가와 있다.
시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범하게 넘어가겠다고 미리 마음먹자.
불안해하는 것은 시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능 시험은 인생을 바꿀 만큼 중요한 시험이 아니다.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루어 주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시험 당일 까지 뱃심 좋게 나가자.

더도 덜도 말고 자신이 공부한 만큼만 시험을 잘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
그리고 시험을 친 후에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기도를 하도록 하자.

만약에 시험을 잘못 쳤다 하더라도 요셉을 생각하자.
요셉은 견디기 힘든 실패의 연속이 계속되었음에도 그는 하나님을 믿고 기다릴 줄 안 사람이었다.

형들의 배신, 웅덩이에 빠지는 고통, 종으로 팔려 가는 신세, 감옥에 갇혀 잘 못 하면 그 감옥에서 죽게 될지도 모를

절망 속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을 믿고 기다렸다. 마침내 높이 들 때까지......
실패가 끝이 아니라 더 나은 길로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

수능시험의 실패를 부끄러워하거나 마음의 상처로 간직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겸손하게 만드는 약으로
이해만 한다면 이번 수능시험 앞에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실패를 하면서 나이를 먹어 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하지 않는가.

이 글을 읽는 고 3 여러분들이 이번 수능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원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시험 당일까지 시험보다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신앙 안에서 담담하게 공부해 나가기 바라며 하나님의 인도를 따른다는 믿음으로 대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여러분의 배후에는 그래도 기도하며 염려하고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목회자와 성도들이 계시니 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요셉 같은 총리감이 여러분 가운데서 나오게 되기를 기대한다.

 

 

2001. 06. 16  22:42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