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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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권사의 사업과 신앙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P 회사의 신상품 설명회가 있어서 서울 출장을 나섰다. 회의는 오후 4 시지만 올라간 김에 몇 가지 다른 볼 일도 보려고 이른 새마을호를 탔다. 동대구 역에서 7시11분에 출발하는 기차 안 풍경은 늘 그렇듯이 대부분 의자를 뒤로 젖힌 채로 잠자기 대회를 하는 양 조용하기만 했다. 자리를 찾아가니 창 쪽을 비워두고 젊은이가 옆 좌석에 앉아 있었다. 천장에 붙은 개인 라이트를 켜고 가방에 넣어 간 시집을 꺼내어 읽으며 오는 잠을 쫓아보다가 기어이 잠에 져서 잠자기 대회에 끼어 들었다. 수원역임을 알리는 방송 소리에 깨어 일어나서, 얼마 전 딸을 시집 보낸 J에게 그 때 못 가서 미안스러워 점심이나 할 요량으로 전화를 했다. 사업에 실패를 하고 지금은 아무 일도 안하고 있는 친구다. " J..
2008.11.12 -
어머니와 데이트... 동성로와 교보문고를 가다.
어제저녁은 어머니와 함께 오랜만에 동성로에 나가 봤다.아내가 소망이 집에 다니러 갔기 때문에 집엔 어머니 혼자 계시고 저녁도 해 놓지 않았을 것 같아서 어머니와 외식할생각에서였다.연세가 드시면서 어머니는 집안일이 손에 뜨는 편이고 저녁을 준비하는 것도 귀찮아지셨는지 외식을 하자고 하면 내심 좋아하시는 편이다.외출 준비를 하고 나서는 어머니는 흰머리 위에 모자를 눌러쓰고 나오셨다.택시를 타고 한일극장 앞에서 내리니 기본 요금이 나왔다.지하도를 건너 맞은편 쪽으로 나와 교보(문고)빌딩을 찾아 회전식 출입문 안으로 어머니를 앞세우고 조심스레 들어섰다.2층으로 올라와서 찾으라는 아가씨의 말을 기억하고 에스컬레이터로 2층에 올라서니어마어마하게 큰 서점 안에는 책을 찾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독서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2008.09.20 -
Y집사님이 섬기는 하나님 ...
회사 업무상 만났던 훌륭한 집사님 한 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건축사인 Y집사님을 처음 만난 것은 얼마전 그의 건축설계 사무실로 건축에 관한 상담을 하러 들린 때였습니다. 그의 첫 인상은 너무나 평범했고 바라보기 편안한 눈빛을 가진 집사님이었습니다. 건축을 해야될지 리모델링을 해야 될..
2008.09.02 -
우리집 실세 이야기
우리 집 실세(實勢)이야기 지난여름,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뜰 때쯤 해서 찬송 소리가 집안에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밤잠을 설치다 새벽녘에야 단잠을 자는데 아내와 어머니의 찬송 소리에 잠을 깨게 되었던 것입니다. 찬송 소리는 어머니 방에서 들렸습니다. 혼자 이리 뒤척 저리 뒤 착하며 다시 잠을 청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며칠 하다 말겠지 싶어서 모르는 채하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부끼리 드리는 아침 예배는 계속되는 것이었습니다. 찬송 소리에 잠이 깨게 되는 나는 예배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에도 가정예배를 몇 번 시작해 보았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고 아내의 협조가 없이는 잘되지 않았습니다. 집안일이 많은 아내가 예배드릴 ..
2008.08.30 -
나의 어머니
소망이 입시 문제로 아내가 서울로 간 지 이틀이 지났다. 아내가 없는 자리를 어머니께서 메꾸어 주시고 계신다. 어머니의 연세는 올해 일흔하나이시다. 몇 년 전 고혈압으로 인한 뇌동맥 경색으로 기억상실증이 처음 왔을 때 나는 무척 당황했고 아내와 아이들도 여간 걱정을 하지 않았다. " 아빠, 할머니 왜 저래? " 소망이가 어머니를 피해 나에게 물었을 때 나는" 얘, 할머니를 이제부터는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보호해야 돼..." 하고 일러 주었다. 금방 물어보셨던 것을 또 물어보시고, 어제 있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시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의사는 노인들에게 흔히 있는 증상이라고 하면서 처방으로 고혈압을 먼저 다스려야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혈압이 높은 줄을 모르고 있었던 나는 자식이 된..
2008.08.30 -
삼익피아노 콩쿠르 대상을 받던 날 이야기
삼익피아노콩쿠르 대상 받던 날 이야기 삼익 피아노 콩쿠르는 올해로 33회를 맞는 전통 있는 피아노 콩쿠르입니다. 피아노를 치는 학생이면 누구나 도전해 보고 싶은 대회이기에 소망이도 초등학교 4학년 때와 5 학년 때 서울까지 올라가서 출전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두 번 다 2차 예선까지 올라갔지만 입상은 하지 못하고 풀 죽은 모습으로 모자간에 쓸쓸히 대구로 내려와야만 했던 그런 인연이 있는 대회입니다. 어느 해, 콩쿠르에서 떨어지고 너무 낙심한 아내가 " 애, 소망아 우리 피아노 포기하자. 응? 너두 힘들고..." 서울역에서 기차표를 사놓고 기다리면서 마침내 입을 연 아내가 소망이를 붙들고 넉두리 삼아 마음 약한 소리를 털어놓았답니다. 그랬더니 소망이는 " 엄마는... 또 그 소리. 내가 열심히 할게. ..
2008.08.26